그리움으로 서 있구나
옛 석등이여
그대 배후에 깔린 어둠 속에서
다시 하루가 저물어 가고
마음 속의 길들이 황무지처럼 헝크러진 날
가랑잎 휘날리는 길모퉁이에 서성이노니
나는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지혜도 얻지 못하였고
불 밝혀 기다릴 사랑 하나 간직하지 못하였구나
어둠 속에 산그늘처럼 희미해져 가는 것들
그것이 삶이었던가
그대와 불 밝히고 살았던 짧은 청춘의 시간이
밤의 적막속으로 사라져 갈 때
헝클어진 너의 머리칼을 만지고
야윈 뺨을 만지고 차가운 입술을 만져보지만
그리움으로 서 있구나
옛 석등이여
이제 누가 있어
저 쓸쓸한 처마 밑에 등불을 올릴 것인가
詩 이형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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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의 길들이 황무지처럼 헝크러진 날
가랑잎 휘날리는 길모퉁이에 서성이노니
어둠 속에 산그늘처럼 희미해져 가는 것들
그것이 삶이었던가
헝클어진 너의 머리칼을 만지고
야윈 뺨을 만지고 차가운 입술을 만져보지만
그리움으로 서 있구나
옛 석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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