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끝에 닿아 보면 안다
끌어당길수록 길들은 저에게서 멀어짐을,
풀잎들은 흔들림으로 일생을 마련하고
길들은 발자국으로 그 생애를 완성한다
나뭇잎 지는 소리 속으로 한없이 걸어 들어가 보라
거기, 쉽게 지는 나뭇잎을 달래며
길의 일생이 누워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마치 올해 처음인 듯이 멈칫거리며 떨어지는 나뭇잎
길 끝에는 일 년 만에 늙어 버린 꽃들이 져 내린다
나는 지금 슬픔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질 때가 더 향기로운 꽃의 생애를 말하려는 것이다
걸어서 길의 질서 속에 편입된 발자국들
멈추어서 땅의 육체가 된 나무들
누가 길 위에다 삶만큼 아름다운 죄를 벗어 놓겠느냐
길 끝에는 賣國도 당파싸움도 한번 못 해 본
내 아버지 같은 自面들의 무덤
누가 길 위에다 죽음만큼 오랜 정적을 묻겠느냐
오늘 길 지나는 자들아
살아서 죽음 가까이 가는 자들아
그대 차라리 죽어서 王子로 태어나거나
환생으로 창씨 개명 하라
.
.
.
.
.
길들은 발자국으로 그 생애를 완성한다
나뭇잎 지는 소리 속으로 한없이 걸어 들어가 보라
마치 올해 처음인 듯이 멈칫거리며 떨어지는 나뭇잎
누가 길 위에다 삶만큼 아름다운 죄를 벗어 놓겠느냐
누가 길 위에다 죽음만큼 오랜 정적을 묻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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