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cil & pastel on paper
저녁이 되어서야 미적지근한 바람이 분다
기세등등한 한낮의 폭양을 거두고
큰 빌딩 사이에 걸린 붉은 태양이
지구 한쪽에 드리웠던 둥그런 그림자를 끌고 돌아가면
뱃사람 콜럼버스라든지 마젤란호가 기착했을 해안에
지금도 전설처럼 구전되고 있을 그들의 이야기까지
밑도 끝도 없는 생각 또는 해 묵은 기억들이
이스트를 넣은 밀 반죽처럼 말랑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리운 이여, 지나온 생의 궤적을 잠시 돌아보면
우린 삶에 대해 참으로 서툴고 미욱했구나
가벼운 오해와 속단이 얼마나 중요한 일들을
그르치게 했는지 뒤늦게 통탄하지만
살다 보면, 빗나간 일기예보에 속고, 다시
호우주의보가 발령되기도 전 느닷없이 퍼부어 대는 비를
대책 없이 맞아야 하는 날도 있는 것처럼
세상에 모든 비껴간 인연들은
빗나간 일기예보를 믿은 탓이었을까
우리도 그때 때없이 만난 장마전선의 어디쯤
우중을 걷고 있었나 보다
돌아보면 가슴을 보얗게 메워오는 매운 연기
생의 나이테가 하나 더 보태지는 이런 저녁엔 언제나
가슴에서 불내가 나느니.
詩 송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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