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곳에는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있네
헐벗은 영혼들도 귀의할 안식이 있듯
상처뿐인 삶들도 돌아가 잠들 그리운 집은 있네
천상의 사랑은 이미 빗장을 풀고 달아나버려
보리밭 위로 부는 바람에도 나는 어찌할 수 없네
어제는 들판에서 잠자고 오늘은 길 위에서 눈뜨는
노숙의 세월인들 꿈이 없으랴
그 꿈속의 비단길인들 끝이 없으랴
나는 대상에서 떨어져나온 외로운 쌍봉낙타
취하지 않고서는 건널 수 없는 도시의 불사막을
지글거리는 고통의 맨발로 걸어가네
또 그렇게 가다보면 세상의 마지막 저녁과
두고온 고향의 바닷별과 조우하려니
입 안에 풍화하는 모래가 씹히고
모래언덕 위로 붉은 달이 떠오를 때
별에다 귀를 가져다대면, 들리네
혓속에서 잉잉거리는 세상의 첫소리와
첫사랑 현옹수 떨리는 소리까지 들리네
착한 눈동자 선한 귀로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게
그리운 곳에는 우리가 부르는 소리가 있네
詩/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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