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길마을 7단지 앞 정류장은 여관처럼 서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슬픈 자세다
버스가 끼륵 ─ 하고 섰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내렸다
대낮인데도 눈물 자국이 얼굴에 번져 있다
자기도 모르게 밀려온 배도 한 척 있다
버스가 가고
간이의자에 앉아서 햇빛과 그림자를 만지작거린다
이 세상이 감귤 한 봉지만큼만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귓속에서 강물 소리가 흘러나와 개구리처럼 오골댔다
누구를 보내고 맞는 것이 아니라서 슬리퍼를 끌고 정류장에 갔던 것이다
베란다에 내놓은 선인장이 말랐고 그것을 오늘은 보았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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