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해남길, 저녁 / 이문재

무디따 2010. 11. 3. 22:28

 

 

 

 

 

 

 

먼저 그대가 땅끝에 가자 했다
가면,저녁은 더 어둔 저녁을 기다리고
바다는 인조견 잘 다려놓은 것으로 넓으리라고
거기,늦은 항구 찾는 선박 두엇 있어
지나간 불륜처럼 인조견을 가늘게 찢으리라고
땅끝까지 그대,그래서인지 내려가자 하였다

그대는 여기가 땅끝이라 한다,저녁 놀빛
물려놓는 바다의 남녘은 은도금 두꺼운
수면위로 왼갖 소리들을 또르르 또르르
굴러다니게 한다,발아래 뱃소리가 가르릉거리고
앞섬들 따끔따끔 불을 켜대고,이름 부르듯
먼데 이름을 부르듯 뒷산숲 뻐꾸기 운다
그대 옆의 나는 이 저녁의 끄트막이 망연하고
또 자실해진다,그래,모든 끝이 이토록
자명한다면야,끝의 모든 것이 이땅의 끝
벼랑에서처럼 단순한 투신이라면야...........

나는 이마를 돌려 동쪽하늘이나 바라다 보는데
실루엣을 단단하게 잠근 그대는 이땅끝에 와서
어떤 맨처음을 궁리하는가 보다,참 그러고 보니
그대는 아직 어려서,마구 젊기만 해서
이렇게 후욱 비린내나는 끝의 비루를
속수한 것들의 무책을 모르겠구나
모르겠는 것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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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옆의 나는 이 저녁의 끄트막이 망연하고
또 자실해진다,그래,모든 끝이 이토록
자명한다면야,끝의 모든 것이 이땅의 끝
벼랑에서처럼 단순한 투신이라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