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무디따 2010. 9. 11. 00:16

 

 

누드 크로키/한지에 먹

 

 

 

 

나는
맹장을 달고도
草食할 줄 모르는
부끄러운 動物이다

 

긴 설움을
잠으로 흐르는 구름 속을 서성이며
팔뚝 위로 靜脈을 드러내고
흔들리는 靈魂으로 살았다.

 

빈 몸을 데리고 네 앞에 서면
네가 흔드는 손짓은
서러우리만치 푸른 信號
아아
밤을 지키며 토해낸 사랑이여
그것은 어둠을 떠받치고 날을 세운
네 아름다운 魂인 것이냐

 

이제는 뿌리를 내리리라
차라리 웃음을 울어야 하는 풀이 되어
부대끼며 살아보자
발을 얽고 흐느껴보자

 

맑은 날 바람이 불어
멍든 배를 쓸고 지나면
가슴을 울쿼 솟구친
네가 된 나의 노래는
떼지어 서걱이며
이리저리 떠돌 것이다.

 

詩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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