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Cinema Paradiso

시 (Poetry, 2010)

무디따 2010. 7. 14. 15:58

 

 

 

 

감독 이창동 출연 윤정희, 이다윗, 김희라, 안내상

 

 

 

줄거리

세상을 향한 그녀의 작은 외침
‘시’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렌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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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이제 시(詩)가 죽어가는 시대이다.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고, “시 같은 건 죽어도 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도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읽는 사람도 있다.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관객들에게 그런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영화가 죽어가는 시대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감독 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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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
시를 쓴다는 것은
동지섣달 이른 새벽
관절이 부어 오른 손으로
하얀 쌀 씻어 내리시던
엄마 기억하는 일이다
소한의 얼음 두께 녹이며
군불 지피시던
아버지 손등의 굵은 힘줄 기억해내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깊은 밤 잠 깨어 홀로임에 울어보는
무너져 가는 마음의 기둥
꼿꼿이 세우려
참하고 단단한 주춧돌 하나 만드는 일이다
허허한 창 모서리
혼신의 힘으로 버틴
밤새워 흔들리는 그 것, 잠재우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퍼내고 퍼내어도
자꾸만 차 오르는 이끼 낀 물
아낌없이 비워내는 일이다
무성한 나뭇가지를 지나
그 것, 그 쬐끄만한
물푸레 나뭇잎 만지는
여백의 숲 하나 만드는 일이다

 

조영혜

 

 

 

한 줄 영화평 /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영화.

윤정희님 얼굴에 내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어 가슴 먹먹해지는... 

 마지막 부분에서 투신 자살하기 위해 난간에 서 있는 여학생을 보면서
왜 이 영화가 상영관을 잡기 어려웠는지 의문이 풀리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