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최동훈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줄거리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 세상이 시끄럽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이 사라졌다!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신선들에 의해 자신의 개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된다.
요괴 잡는 도사도 어느덧 전설이 된 2009년 서울.
어찌된 일인지 과거 봉인된 요괴들이 하나 둘 다시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이제는 신부, 중, 점쟁이로 제각각 은둔생활을 즐기던 신선들은 다시 모여 화담을 찾지만, 500년 전 수행을 이유로 잠적한 그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고심 끝에 신선들은 박물관 전시품이 된 그림족자를 찾아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요괴들을 잡아 오면 봉인에서 완전히 풀어주겠다는 제안에 마지 못해 요괴 사냥에 나선 전우치. 그러나 전우치는 요괴사냥은 뒷전인 채 달라진 세상구경에 바쁘고, 한 술 더 떠 과거 첫눈에 반한 여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서인경(임수정)을 만나 사랑놀음까지 시작한다. 전우치 때문에 골치를 앓는 신선들 앞에 때마침 화담이 나타나지만, 화담은 만파식적의 행방을 두고 전우치와 대적하는데…
[ About Movie ]
한국고전소설 속 영웅이 주인공,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 무비
영화<전우치>는, 홍길동전과 함께 대표적인 고전 영웅소설로 꼽히는 「전우치전」에서 캐릭터 모티브를 따와, 현대를 주요배경으로 재창조한 이야기이다. 소설「전우치전」속의 주인공인 ‘전우치’는, 가난한 백성들을 돕고 탐관오리들을 상대했다는 점에서 영웅캐릭터로 분류되나, ‘홍길동’과 달리 대의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를 골탕 먹이는 도술을 부려 일을 해결하는 등, 기존 영웅들과는 달리 자유스럽고 악동 기질을 지녔단 것이 특징. 연출자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가 영웅이지만 반사회적인 코드를 지닌 인물이란 점에 매료돼, <전우치>를 기획했다.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홀로 도시를 지키는 수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의 헐리웃 영웅들과 차별화된 참신한 영웅 캐릭터를 발견한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의 라이벌 화담을 비롯한 주변 캐릭터들을 만들어냈고 이야기의 주요배경을 2009년 현대 서울로 옮겨왔다. 그리고 ‘누명을 쓰고 그림족자에 갇힌 조선시대 도사 전우치가 500년 후인 현대에 봉인에서 풀려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들에 맞서 싸우는 활약상’이란 줄거리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전우치>는, 한국고전소설 속 영웅캐릭터를 신선한 매력의 21세기형 영웅캐릭터로 재창조, 이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이다. 그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다루어졌던 홍길동, 일지매 등과 달리, 전우치가 이제껏 한번도 재창조된 적 없는 캐릭터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소설 「전우치전」
조선시대 때 실재인물인 ‘전우치’를 주인공으로 한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로, 허균의 「홍길동전」과 더불어 대표적인 한국고전영웅소설. 전우치라는 인물의 생애를 소재로 쓴 전기체 소설로, 내용상 영웅소설, 도술소설, 사회소설 등으로 분류된다. 주인공 전우치에 관한 기록은 조선시대의 사서(史書)인 <조야집요> <대동야승> <어우야담> <지봉유설> 등 여러 문헌에 나타나 있다. 소설에 의하면, 조선 초 송경(송도)의 숭인문 안에 전우치라는 비범한 도술능력을 가진 선비가 있었다. 그는 재주를 숨기고 살아가다 욕심 많은 벼슬아치들의 횡포와 가난한 백성들의 비참함을 목격한 뒤, 자신의 도술을 사용해 부패한 탐관오리들을 벌하고 억울하고 백성들을 도와주는 등 의협심을 발휘한다. 도술의 등장과 부패한 관리들의 돈으로 어려운 백성을 돕는 부분이 「홍길동전」과 비슷하지만, 주인공 캐릭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전우치는, 성격이 불 같고 화를 잘 참지 못해 자신을 얕보는 사람은 도술로 골려 주는 등, 사사로운 감정에도 빈번히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악동 기질을 보인다. 임금을 속여서 그림 속의 말을 타고 도망치거나, 자신을 조롱한 선비들의 양물을 없애버려 혼내는 장면 등이 이를 입증한다. 또한 소설 속에서는, ‘서화담’이 도학이 높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대결하지만, 화담의 도술에 걸려 곤욕을 당한 후 그를 동료이자 스승으로 모신다.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의 향연, 웰메이드 캐릭터무비
<타짜><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탁월한 캐릭터창출능력을 보여주었던 최동훈 감독의 장기가 <전우치>에서 다시 한번 발휘된다. 고전영웅소설 속 인물들을 흥미롭게 재해석한 캐릭터 전우치와 화담을 필두로, 서인경, 초랭이, 천관대사, 여배우, 신선들 그리고 인간의 모습을 한 요괴들까지, 모두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다.
영웅이지만 천방지축악동인 ‘전우치’는, 수퍼히어로 캐릭터의 전형에서 비껴나가 있어 매력적이다.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헐리웃 영웅들에 반해, 전우치는 자신의 도술실력을 널리 알리고 뽐내고 싶어한다. 자유롭고 솔직하다 못해 뻔뻔하기 그지 없을 때도 많으며, 술과 풍류를 즐기고 여자를 좋아해 바람둥이 기질까지 있다. 봉인에서 풀어주겠단 말에 마지못해 요괴 잡는 임무를 맡았을 정도로, 대의명분 따윈 관심도 없다. 전우치의 라이벌 ‘화담’은, 소설 「전우치전」에 등장하는 서화담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소설에선 전우치의 동료이자 스승이었으나, 영화에선 숙명의 라이벌이다. 이름 외 연관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철저히 재창조된 캐릭터. 화담 역시 전형적 악인에서 벗어나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으로,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과 빈둥거리면서도 도술실력이 뛰어난 전우치 때문에 내재된 악을 드러내고 변모해간다. 여주인공 ‘서인경’은, 헐리웃 영화에 등장하는 수퍼히어로의 연인들처럼 청순한 외모를 지녔지만, 도발적인 끼와 욕망을 감추고 있는 것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음 속으로 배우를 꿈꾸며 여배우의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는 설정도 흥미롭다. 전우치의 친구 ‘초랭이’는 개인간이란 기발한 발상이 눈길을 끈다. ‘전우치가 데리고 다니는 개’란 설정과 티격태격하지만 절친한 친구 사이 전우치-초랭이 관계가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전우치의 스승 ‘천관대사’는 전우치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로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고, 톱스타 ‘여배우’는 백치미, 발 연기, 푼수 등의 코믹요소를 동반해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조선시대와 현대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인 ‘세 신선’은, 요괴를 봉인하는 임무를 지녔지만 정작 요괴를 잡지 못하는 허술함이 재미있다. 중, 무당, 신부의 모습으로 사람들 틈에서 살고 있는 신선들과, 역시 인간의 모습으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인간요괴’ 의 설정도 흥미롭다. 그야말로 개성 넘치고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라 할만하며, 이는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라이벌구도, 러브라인, 친구사이 등, 캐릭터들 간의 관계에서 액션, 드라마, 멜로, 코미디 등의 풍부한 드라마적 요소가 이끌어져 나오기 때문.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매력과 이것이 만들어내는 탄탄한 스토리를 동반한 웰메이드 캐릭터무비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한국적 소재 ‘도술’과 장르영화의 개척자 ‘최동훈 감독’의 만남
시대를 넘나드는 전대미문의 ‘도술’이 펼쳐진다
수퍼맨은 초능력을,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배트맨은 첨단무기를, 아이언맨은 강철의상을, 그리고 해리포터는 마법을 지녔다. 이른바 헐리웃 영화의 영웅 캐릭터들은 이처럼 각자 트레이드마크처럼 대변되는 능력들을 하나씩 가진다. 그리고 우리의 한국형 히어로 ‘전우치’는 바로, ‘도술’을 부린다. 마음을 다스리는 ‘도’에 기반한 도술은 동양 고유의 철학이 담겨 있는 신비로운 소재이자, 한국인들에게는 ‘옛날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친근한 소재이기도 하다. 손가락을 튕겨 칼을 꽃으로 바꾸고,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고, 상대방을 현혹하기 위해 빗자루로 둔갑하는 도술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터. 영화<전우치>속 도사들은, 바로 이 토종이야기에 기반한 도술을 부린다. 스크린을 채우는 서양 영웅들의 능력이 대부분 과학문명에 기반한다는 점을 상기시켜볼 때, 도술은 무척 신선한 소재다. 부적을 써서 환영을 만드는 둔갑술이나 복제술,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동술, 자유자재로 주변 사물에 모습을 숨기는 은신술, 앉아서 삼천리를 내다보는 투시력,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 등 각종 신기한 술법들에, 축지법, 경공술 등 신출귀몰한 동양무공이 가미된 도술액션까지, 서양의 과학적 무기, 마법 등과는 차별화된 매력의 독특한 세계다. 여기에, ‘도술’ 소재를 구현해낼 이가 범죄사기극이란 장르를 한국식으로 훌륭하게 재구성해내고(<범죄의 재구성>), 화투라는 토종소재를 이용해 한국식도박드라마를 성공적으로 탄생시킨(<타짜>) 최동훈 감독이라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생소한 소재나 장르도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녹여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연출자인만큼, 도술을 소재로 참신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기(<범죄의 재구성>), 도박(<타짜>), 도술(<전우치>)소재들이 일맥상통한다는 지점도 흥미로워, 기대감을 더한다.
한 줄 영화평 / 전우치가 재미잇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포스터 보고 그녕 넘겼으니...
명화는 명화대로 좋고 그저 생각없이 킬킬 거리며 볼 수 있는 영화도 좋기만 하다.
"의형제"에서 그저 그랬던 강동원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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