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생각에 대하여/ 진이정

무디따 2010. 3. 2. 13:16

 

 

 

 

 

 

 

 

생각이 날 목 조른다
생각이 날 개 패듯 팬다
생각이라는 이름의 번뜩이는 도끼날,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죽어간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내 철학만큼 죽어간다
고로, 내 머리에 떠오르는 뭇 생명마저 살생하기 시작한다
나는야, 푸줏간 주인이 되어버렸구나
난 너를 사랑한다
라는 생각때문에,
네가 애꿎게 피 흘리며 죽어야 하는도다
내 잡념의 식칼이 도마 위의 온 세상을 송송 썬다
내 번뇌 때문에 아프리카가 굶고
발칸 반도는 전투를 개시한다
무언가를 곱게 생각하고 나서, 곱게 죽여버리는 생각,
바로 지금 내 생각보다 재빠른 것은 없을 터이다
내 생각보다, 내 살생보다 잰 걸음은 없을 터이다
찰나 내 생각은,
북두칠성의 국자 속에 숨어 있는 내 옛사랑을
살짝 맛보고 돌아오는 길이다
신파조의 빛의 사랑을, 그 정적을
하품 속에서 관람하는 내 생각의 음란함,
시퍼렇게 날이 선
생각의 작두날 위에서 펄펄 날뛰고 있는
나의 신들림,
오 맨발의 철학이여!
.

.

.

.

 

번뇌가 날 목 조른다

번뇌가 날 개 패듯 팬다.

나는 번뇌한다

나는 고로 살아있다.

나는 번뇌한다

고로 나는 죽어간다.

나를 다그치는 번뇌에 쫒겨서

무의식 밑바닥까지 뒤져서

모래알갱이 같은 번뇌까지 발굴해낸다.

언제쯤 뇌 속의 불순물들이 씻져져 나갈까

번뇌 속으로,번뇌 속으로.또 그 번뇌 속으로...

번뇌의 작두날 위에 오체투지 할 때
여여한 허공으로 남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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