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크로키/소포지에 수묵담채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생각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 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 그르렁 물어 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제 밥그릇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 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있는 , 그 경전
꼼곰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 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
詩 이덕규
'생을 그리는 작업실 > Nude Croqu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을 그리워 하는 일 (0) | 2009.09.26 |
---|---|
사닥다리는 낮아 하늘에 닿을 수 없다 (0) | 2009.09.12 |
저문 외길에서 (0) | 2009.08.22 |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지 (0) | 2009.08.15 |
떠도는 섬 (0) | 2009.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