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oldies but goodies

zorba' dance

무디따 2009. 6. 10. 17:02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소. 오직 나 자신을 믿을 뿐이오.
내가 남보다 잘나서 믿는 게 아니오.
다만, 내가 아는 것 중에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나뿐이기 때문이오.

인생에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는 법인데,
당신같은 잘난 치들은 모두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하지만 난 그따위 건 버린 지 오래요.
난 우당탕 부딪치는 걸 겁내지 않소.
밤이고 낮이고 전속력으로 내닫는 거지.
어딘가에 부딪쳐 끝장이 난다 해도 아쉬울 건 없소.
더디게 간다고 가게 될 데를 안 가게 되겠소?
그러니 이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겠다 이거요.

 

젊은 선생,
당신은 이유가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는 사람이오?
무슨 일이건 그냥 하고 싶어서 하면 안 되는 거요?
대체 무슨 생각이 그리 많소?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눈 질끈 감고 해버리는 거요.
당신이 갖고 있는 책은 몽땅 쌓아놓고 불이나 질러버리쇼.
그러면 누가 알겠소? 당신이 바보를 면하게 될지.

난 도둑질, 살인, 계집질로 계명이란 계명은 모조리 어겼소.
계명이 열 개였던가? 왜, 스무 개, 백 개라도 만들어 보라지.
그래 봐야 내가 다 깨뜨릴 테니.
하지만 난 하느님이 있다 해도 그 앞에 서는 게 두렵지 않소.
내 생각엔 그런 게 별로 중요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오.

앞날이 걱정된다고 했소?
난 어제 일은 어제로 끝내오.
내일 일을 미리 생각하지도 않소.
나한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뿐이오.

나는 늘 나에게 묻소.
 
'자네 지금 뭐 하나?'
"자려고 하네."
"그럼 잘 자게"
'지금은 뭘 하는가?'
"일하고 있네"
'열심히 하게'
'지금은 뭘 하고 있나?'
"여자랑 키스하네"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다른 건 모두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자네와 그 여자밖에 없는 걸세.
실컷 키스하게'

마지막으로 부탁하는데
행여 나하고 똑같이 살아보겠다는 생각일랑은 마쇼
당신이 할 일은 당신 자신이 되는 일,
당신답게 사는 일뿐이니


<영화"희랍인 조르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