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암 촛대바위
내 너에게 이를 때
내 맘 모두 알겠다고 끄덕이더니
어딜 향해 초연히 달려가는지
내 안에서 타오르던 불덩이 하나
낙가사 처마 끝으로 사그라질 때
왜 바다는 입을 굳게 다무는지
일주문 아래 正東 푯말 바로 옆에서
왜 동쪽을 찾아 그리 헤매는지
말 없이 받아먹는 개 한 마리가
스님의 얼굴처럼 얼마나 환하던지
네가 내게 이를 때처럼 정말 내가
너의 머무를 곳이 될 수는 없었는지
.
.
.
.
.
말 없이 받아먹는 개 한 마리가
스님의 얼굴처럼 얼마나 환하던지
낙가사에서/ 시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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