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수타사

무디따 2009. 5. 12. 16:27

 

 

대적광전

 

원통보전

 

 

 

수타사 가는 어디에
불태워버린 집 있다고
불혹을 한참 넘긴 저 사내가
홍천에 발을 디뎠다
그날처럼 하늘이 흐리더니
후두둑 빗방울이 세차다
정수리에 물 부딪히는 소리
세상 녹일만큼 몸이 뜨거워서
탁발로 바랑 메고 돌아다니며
산에 들에 불을 질렀다
사내가 돌아왔다, 비바람이 되어서
폭풍우로 변신하여 찾아왔다
사내가 쥐고 있는 목탁
그 구멍 속으로 한 바가지
물 떨어지는 소리
벼락이었다, 폭포였다
불타버린 저 징그러운 육신이
빗줄기에 차갑게 식었다
축축하게 젖어 진흙이 된 저 사내
재만 남았다 저 사내
아득한 나락을 향해 떨어지는
사내의 비명 소리, 풍덩
물 한가운데 빠졌다
사내에게 돌 던지는 소리, 첨벙
물 바닥에 가라앉았다
수타사 가는 길이 질퍽하다
사내가 지껄이는 소리 듣느라
귀가 멍멍하다

 

수타사 가는 길 / 김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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