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끄러운 영혼이
절간 옆 톱밥더미를 쪼고 있다.
마치 다음 생의 나를 보듯이 정답다.
왜 하필이면 까마귀냐고
묻지는 않기로 한다.
새도 짐승도 될 수 없어
퍼드득 낮은 날개의 길을 내며
종종걸음 치는 한 生의 지나감이여
톱밥가루는 생목의 슬픔으로 젖어 있고
그것을 울며 가는 나여
짙은 그늘 속
떠나지 않는 너를 들여다보며
나는 이 생의 나와 화해한다.
그리고 산을 내려가면서
불쌍히 여길 무엇이 남아 있는 듯
까욱까욱 울음소리를 한번 내보기도 한다.
.
.
.
.
.
왜 하필이면 까마귀냐고
묻지는 않기로 한다.
새도 짐승도 될 수 없어
퍼드득 낮은 날개의 길을 내며
종종걸음 치는 한 生의 지나감이여
톱밥가루는 생목의 슬픔으로 젖어 있고
그것을 울며 가는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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