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한심한 노릇이냐
이 봄날에.
사랑의 꽃잎을 뜯어버리고
흩어진 그 꽃잎 주워 다시 사랑을 쓰네.
앙상한 꽃 대궁 속으로
눈물은 흘러들고
꽃 없는 이파리에 대고
이름을 부르네.
대답 없는 하늘에
다시 부르네.
만져도 형체 없는 꽃
그림자만 키우고 있네.
이 사람아
얼마나 한심한 노릇이냐
찬란한 이 봄날에.
詩 허영미
흙내 가시지 않은 상치를 씻어들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야채박스에 감자도 시들 파도 시들
과일박스에 참외도 시들 토마토도 시들하다.
삶의 통증사이를 비집고
시들시들 시들어 가는구나
눈물자국 얼룩진 잠자리의 독백도
한숨진 삶의 이야기들도
시들시들 시들어 가는구나
나의 이름을 침묵으로 시들게하고
이승의 모퉁이에서 또 이렇게 시들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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