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
.
작업노트
자고 일어나니 문갑 위에
켜켜이 쌓인 책들 위로
『남자들은 왜 여우 같은 여자를 좋아할까』라는 제목의 책이
이순신 장군 동상처럼 우뚝 서 있다.
아마도 딸애가 내 눈에 뜨이게 술수를 부린 것 같다.
"왜 좋아 하기는 어리석어서 그렇지..." 하면서도 생각해 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마음에 없는 말 하기가 싫으니
칭찬에 약한 남정네들한테 비호감이 될 만도 하지... 하며
하하 웃어본다.
진실을 말하기보다 상황에 맞는 말을 해야 살아남는다는데
요즘 카스토리에 유행하는 인디언 점을 보니 "곰"으로 나왔다
맞는 건가?
이조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충언만 하다가
미운털 박혀 탐라국이나 우산국쯤으로 유배되었을 텐데...
어쩌면 유배자 조상 나으리의 유전자가 나를 이렇게 옥죄이는지도 모를 일,
그나저나 마늘과 쑥을 들고 어디로 숨어들어야 할랑가...
.
.
2011년에 쓴 작업노트네요.
10년 전의 저와 많이 바뀐 저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에요.
작품 수정작업을 해서 뒤늦게 포스팅 해봅니다.
비가 온다 온다 하며 습기만
가득하고 비는 오지 않네요.
시집가는 작품을 액자집에서 찾아 갖다드리고 왔더니 집안이
찜통이네요.
비 올까봐 창문을 다 닫고 나갔더니...
코로나가 4단계 간다고 하니 걱정이 되네요.
건강 조심하시고요
안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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