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oil painting

전시를 마치고

무디따 2020. 11. 21. 23:07

전시를 마치고


전시장으로 가는 406번 버스 안에서 루미의 시를 뒤적인다.
'나는 많은 길을 돌아서 그대에게 갔지만
그것이 그대에게로 가는 가장 직선거리였다'

타고난 길치, 방향치여서
지나치거나 되돌아 나오는 일이 다반사이고
징검다리도 없이 개울을 건너고 수풀 속에서 길을 놓치기도 했었다.
후회가 쏟아져와도 쐐기풀로 뜨개질할 수밖에 없었던
아득하기만 한 날들을 딛고 돌아, 돌아서 여기까지 왔구나.

반 고흐가 금수저로 태어나 다복한 삶을 누렸다면
완전연소된 그림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가 흘린 눈물을 먹고 피어난 꽃이었다.

최종병기 하나 없이, 잠 못 들게 고문하는 작업에 매달리지만
내 마음의 벽에 걸어 둘 아바타 하나 남길 수 있다면야...

잘못탄 기차였지만
이 기차가 느리게나마 목적지로 가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먼 길을 돌아 목적지로 가는 것이 여행의 신비라던가
 
거리두기 속에서 성원해 주신 님들께 삼배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