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원숭이 한 마리와 불 켜진 다락방이 있다면
우울한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들 말하지만
양털로 짠 슬리퍼와 다락방 하나쯤은 내게도 있지, 비밥바룰라
창밖으로는 영하의 바람이 불고 폭설로 뒤덮인 거리를 뒤뚱이며 지나는 사람들
지붕위의 풍향계가 얼어붙는 밤이면
몇 알의 양파를 머리맡에 걸어놓으며 잠을 기다리기도 했지만
잠 안 오는 밤이란 이젠 없지 야훼가 그를 여자의 손으로 죽일 거야, 비밥바룰라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자동차들 나는 새벽 세 시를 날아다니네
머리가 헝클어진 너에겐 빠른 비트로 날아다니는 법을 가르쳐줄게 울음을 그치렴
몇 개의 열쇠를 쩔렁이며 커다란 모자 속의 얼굴을 기웃거리며
또 다른 이미지를 찾지만 결국은 다 그게 그거지
깊은 밤이면 점령군의 말과 그림으로 가득한 종이를 눈처럼 찢으며
외곽으로 가는 사람들 눈 내리는 들판엔 꿈꾸는 난민들
너와 나는 사랑하는데 우리는 사랑하지 않네, 비밥바룰라
내게도 돌아갈 다락방 하나는 있지 오, 순정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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