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이생진 선생님 시집 『무연고 無緣故』

무디따 2018. 12. 3. 00:18











살아 있다는 거
    
아내는 가고 돌아오지 않지만
나는 살아서 친구와 전화할 수 있어 좋다
카톡을 할 수 있어 좋다
농담을 할 수 있어 좋다
살아 있다는 거
그게 죽어 있는 것보다 낫다
아내는 날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죽은 아내를 그리워한다
나 혼자만 살아서 미안하다는 생각도 한다
자꾸 유치한 생각만 하게 된다


.

.

.

구순까지 살아 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는 선생님

시 낭송하실 때는 청년이신 선생님

인생에 앙코르가 없듯 앙코르는 안 받는다는 선생님

당신 어머님이 읽고 이해하실 수 있는 시를 쓰신 다는 선생님

시를 밥처럼 쓰라고 하시는 선생님

모임 후에 스산한 인사동길을

부녀처럼 팔을 끼고 걷는 기쁨, 오래 누리도록 해 주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