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가을에」기형도

무디따 2018. 11. 26. 23:33








 

잎 진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음성을 만들어 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물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