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버리고 갔을 때
비로소 나는
자네의 풍습을 처음으로 알았네.
찌프린 이마를
상냥한 입김으로 어려 주고
얼어 붙은 가슴을
뜨겁게 뜨겁게 불태워 주었네.
마시면 정직하게 취하고
슬픈 나의 공화국에 와서
무관의 제왕이 되어
또 하나의 법을 만드는 위력
[취하지 않는 자는
모두 엄벌에 처할지어다!]
깡소주 한 잔을 놔 두고
낙화암도 의자왕도 없이
삼천궁녀도 양귀비도 없이
나는 누구에게 호령할 것인가.
술이여, 내게 잠깐
자네의 순수한 미친 불길을 빌려주게
넥타이를 비뚤어지게 매는 멋을 빌려주게
내 발걸음을 알맞게 비틀거리게 해 주게
바야흐로 40대의 우정으로
자네와 뜨겁게 입맞출 때
지금은
금빛 소슬한 가을이 절뚝이며 오고 있네
여보게,
진정 정직하게 미쳐 갈 방법을 가르쳐 주게.
진정 한꺼번에 살아 버릴 용기를 빌려 주게.
'여행자를 위한 서시 > Healing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석 무렵」맹문재 (0) | 2017.09.26 |
---|---|
「가을 엽서」안도현 (0) | 2017.09.20 |
「가을의 소원」안도현 (0) | 2017.08.27 |
「큐피드의 독화살」최금녀 (0) | 2017.08.20 |
「호수」 문병란 (0) | 2017.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