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그리기
마음 아픈 시집을 덮고 돌아눕는 날에도 저 여자
끙끙 앓는 날에는 무릎걸음으로 다가 간 저 여자
죽을 만큼 아파보면 삶이 가벼워지기도 한다는 저 여자
눈물 나는 날은 가까이 보이기도 하는 저 여자
다른 방법은 알지 못 해서 저 여자
아직, 무엇이 더 남았느냐고 내게 묻는 저 여자
허공에 갇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저 여자
겹겹이 쌓인 껍질을 벗겨
그 여자를 발굴하는 시간
어디로,
달려 나가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한 천 년 주저앉으려는 것일까요?
어쩌다가 눈이 마주치면
서둘러 외면하고 싶은 저 여자
환승하는 저녁
비밀번호 입력하면
뒤축이 뭉개진 신발들은
서로 포개지고
끌어안고
등을 지고 누웠다
묻어 온 흙 부스러기들은
하루 분의 사리
물려받지 말았어야 할 것들이
혈관에서 꿈틀거리는 시간
말라버린 핏자국 따라
가파르게 환승해도
출구 번호는 기억나지 않고
혓바늘로 돋아나는
詩
詩
詩
읽다만 페이지인가
함부로 접혀지는
저녁
'여행자를 위한 서시 > Healing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문정희 (0) | 2016.05.30 |
---|---|
<악의 꽃>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0) | 2016.05.22 |
「오셔서 어디 계십니까 - ’95부처님 오신 날에 부쳐」정현종 (0) | 2016.05.14 |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 」이제하 (0) | 2016.05.07 |
「찬비 내리고 」나희덕 (0) | 2016.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