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사월의 일기 / 나호열

무디따 2014. 4. 29. 15:53








말문을 그만 닫으라고

     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 차례 황사가 지나가고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

     며칠을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는 동안

     나무속에도 한 영혼이 살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허공에 가지를 뻗고

     파란 잎을 내미는 일

     꽃을 피우고

     심지어 제 머리 위에 둥지 하나

     새로 허락하는 일까지

     혼자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파란 하늘에서 떨어진 별처럼

     주먹만큼 빛나는 새 한 마리가

     잠시 머물고 간 뒤

     사월의 나무들은 일제히 강물 흘러가는

     소리를 뿜어내고 있다

 

     말문을 닫으라고

     하느님이 내린 병을 앓고 있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