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그 여름의 끝/ 이성복

무디따 2013. 9. 11. 00:34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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