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화엄사,구층암,피아골,연곡사,낙안마을,선암사,송광사

무디따 2012. 11. 16. 15:12

 

 

 

 

 

 

 

 

 

 

 

 

 

 

 

 

 

 

 

 

 

 

 

 

 

 

 

 

 

 

 

 

 

 

 

 

 

산이 타오르듯 단풍잎이 타오르더니
산이 무너지듯 단풍잎이 떨어지고 있다.
갈 곳 없는 어린 양처럼 가을숲을 두리번 거리다
어느새 해질머리 찬바람 속에 서성이고 있나니
구름언덕의 바람꽃처럼 칠산팔해를 떠돌다가
천석고황이 깊어 어느 산사의 객승처럼 덧없다.
세월을 흐르는 구름이라 할 것인가
흔적없는 바람이라 할 것인가
붉게 물든 나뭇잎 몇개 가지 끝에 남아서
창백한 가을 햇빛 아래 여린 숨을 쉬나니
몇날은 웃음이었고
몇날은 서러움이었다.
사는 일이 툇마루에 뒹구는 모과열매처럼 슬퍼졌을 때
나는 또 한 사람의 순례자가 되어서
어느 산사의 오솔길을 따라
낙엽지는 가을 숲으로  걸어가나니
돌아보지 마라 세월이여
마지막 인사마저 눈물이구나.


詩 이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