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cil & pastel on paper
난 날마다 내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죠.
담배 한 대 피우면서 한 게임 하실 까요?
물론 저녁 식사 값은 죽은 사람의 몫이죠.
어때요. 같이 한 번 해보실 래요?
방아쇠가 당겨질 때
손가락 끝에 죽음이 담배연기처럼 감겨오죠.
피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아마존 피라니아처럼 단단한 이빨을 빛내며
죽음을 맛보려는 눈초리로 몰려들겠죠.
시간의 감옥에 갇힌 내 얼굴 속에
어두운 영혼이 심장박동처럼 뚝딱거려요.
내 안의 피톨들이 뱀처럼 날름거리며
내 몸을 찢고 나오려해요.
죽음이 뱀처럼 차갑게 내 몸 안으로 흘러 들거 예요.
총알소리가 내 생을 스쳐갈 때
난 죽음의 멀티오르가즘을 맛볼테죠.
내 머리에 날마다 총을 겨누고
뇌수 속의 게으른 거리를 쏘고
찌그러진 양철 같은 해를 쏘고
들판에 핀 노랑제비꽃의 심장을 관통하고
멸종되지 않는 식물들을 관통시키고
날마다 내가 관통되고
그 너덜거리는 틈새로
새로운 세상이 재빨리 들어서요.
죽음이란 거 뭐 별건가요.
난 내일이면 게임 주인공처럼
신성한 영혼과 추억이 채워진 육체로
업그레이드되어 재림할걸요.
내가 내 인생을 결정한다는 거 위대하지 않은가요?
한 방에 한 생이 날아간다는 거
폭죽처럼 터져 버린다는 거 신나잖아요.
총알이 내 머리통과 두개골을 날려버리는 날까지
방아쇠를 당깁니다.
어때요. 한 게임 해보실래요?
자 일단 먼저 돈을 내시고
저녁을 미리 주문해두죠.
피가 흐르는 당신 머리처럼
약간 덜 익은 신선한 스테이크와
당신 피처럼 붉은 포도주 한잔을 우아하게 주문할까요.
詩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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