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중심으로 도는 지구는
왜 이렇게 빨리 돌지
우리가 세상에 존재했었나
손닿지 않은 꽃처럼 매개 없는 듯 살다 가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어디에도 없는 사람들 같지
생애는 상실의 필름 한 롤이었나
구불구불 뱀같이 지나가지
그 쓸쓸한 필름 한 롤
불빛 환해도 길을 잃기 일쑤고
여름 축제는 열렸지만
축구공만한 해는 내게 날아오지 않았지
니 멜 왔나 클릭하면 스팸 멜만 잔뜩 정박중이고
꿈꾸던 등대는 물살에 잠겨간다
더는 되돌아올 것도 없이
더는 우릴 묶을 끈도 없이
창 밖엔 흰 머리칼 더미가 휘날려가지
가혹한 세월의 축배
잊어도 기억나도 서글픈 옛 시절에 축배
지루하고 위험한 별거생활에 건배
지치게 하는 것들과 손놓지 못하는
어정쩡한 자신이 몹시 싫은 날
할 수 있는건 갈 데까지 가보는 거
절벽까지 피 토하듯 붉게 울어보는 거
또 다른 삶을 그리워하다
거미처럼 새까맣게 타서 죽어가는 거
.
.
.
.
.
생애는 상실의 필름 한 롤이었나
구불구불 뱀같이 지나가지
그 쓸쓸한 필름 한 롤
할 수 있는건 갈 데까지 가보는 거
절벽까지 피 토하듯 붉게 울어보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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