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이란 결코 평지가 되려는 생각이 없다
바람이 숨바꼭질 하기 좋은
옥수수밭이 있다
바람이 종일 숨바꼭질 하다가 지쳐
붉은 수염이 달린 목숨들이
몸을 맞대고 수군거리는 소리 살아나는 시간
그 시간 속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민다
잇빨이 줄줄이 여물어
가을 산비탈까지 왔으나
강물 소리는 층계를 내려가고
하늘 밑이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여름의 발자국이 남아있는 흙 위에
저 슬픈 잇빨들의 웃음이
더 큰 웃음의 튀밥이 되려고
자루에 담겨 가을을 떠난다
우리네 삶은 평지보다 비탈이 더 좋았다
서걱이는 시간이 투명했다
나는 빈 옥수수대 옆에 서서
하므니카를 불던 소년으로 멀어진다
.
.
.
.
.
여름의 발자국이 남아있는 흙 위에
저 슬픈 잇빨들의 웃음이
더 큰 웃음의 튀밥이 되려고
자루에 담겨 가을을 떠난다
우리네 삶은 평지보다 비탈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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