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하던 사랑 더는 막막할 길 없을 때
산에 들었습니다
언제인가 간 적이 있고
문득 마음은 먼 산그림자 저물도록 바라보던
그곳에 갔습니다
몇번의 겨울숲에 눈 나리고 지다 남은 나무의 숲에
그리움을 걸듯 봄날이라는 이름의 그대 기다리는 동안
눈가에 잔주름도 하나 둘 매달려갔습니다
산 밖에서는 그리움이 되고 귀향의 안식이 되던 것들이 주린 배의
양식이 되고 살아 남기 위한, 땀 흘려야 할
일터가 되고 한숨이 되고, 무섭도록 외로운 짐승의 밤이 되어
옥죄이기도 했습니다
나무고 풀이고 새이고 물이고, 내 손길 닿지 않은
것 없습니다 나무며 풀이며 새이며 물이며, 그들로 인
해 마음 상하던 날들 많았습니다 한때는 그만 그림자
걷어 끌며 멀리 떠나갈까 한때는 아예 산길을 내려 세
상으로 난 긴 기다림의 길, 거두고 싶은 마음 일지 않
았던 건 아닙니다
오랫동안 산숲에 머물렀습니다 그립고 그리운 것들,
산중의 삶도 세상사와 다름아니었습니다 관조의 눈을
더 들어 깊어지면 거기, 피어나는 꽃 한 송이 고요를
가르며 비상하는 산새 한 마리의 눈물나는 삶이 있었
습니다 이 작은 작은 모두의 삶들이 모여 이루어진 산
의 일상 ----- 떠나온 삶은 없구나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이제 비로소 열리는 산과 산맥
세상을 내려두고는 무엇도 나를
긴 늪의 잠에서 눈뜨게 하지 못하는 것임
오랜 날이 흘러야 했습니다
이제 사랑을 알 것도 같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목을 놓아
울었습니다
산숲을 내려가며 / 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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