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저녁의 노래

무디따 2011. 5. 10. 20:12

 

 

 

 

 

 

 

나는 저녁이 좋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어스름을 앞세우고
어둠은 갯가의 조수처럼 밀려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딸네집 갔다오는 친정아버지처럼
뒷짐을 지고 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벌레와 새들은 그 속의 어디론가 몸을 감추고
사람들도 뻣뻣하던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돌아가면
하늘에는 별이 뜨고
아이들이 공을 튀기며 돌아오는
골목길 어디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돌아다보기도 하지만
나는 이내 그것이 내가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안다
나는 날마다 저녁을 기다린다
어둠속에서는 누구나 건달처럼 우쭐거리거나
쓸쓸함도 힘이 되므로
오늘도 나는 쓸데없이 거리의 불빛을 기웃거리다가
어둠속으로 들어간다

 

 

詩 이상국

.

.

.

.

어둠은 갯가의 조수처럼 밀려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딸네집 갔다오는 친정아버지처럼
뒷짐을 지고 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어둠속에서는 누구나 건달처럼 우쭐거리거나
쓸쓸함도 힘이 되므로...

 

 

 

 

 

 



 

'여행자를 위한 서시 > Healing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겠다, 마량에 가면 /이재무  (0) 2011.05.23
하루 / 천양희  (0) 2011.05.15
멀리있는 빛   (0) 2011.05.09
애수의 소야곡 / 진이정   (0) 2011.04.28
어제/ 박정대  (0) 201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