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를 품은
격랑의 바다가 내 안에 산다
슬픔이 치밀 때나 분이 들끓을 때면
치마를 훌러덩 뒤집어 쓴 내 눈물이
풍덩풍덩 그 바다에 빠져죽는다
어둠의 세력들만 판을 치는 이 길
뾰족한 연장을 가슴에 품고
악당에게 쫓기듯 헐떡이며
그 뭣이든, 누구든 해칠 것처럼
두 눈에 불을 켜고 걸은 길이 얼마인가
아, 이 역겨운 삶의 냄새
조금만, 조금만 더 무지렁이로 살았던들
가난이 주는 모멸에 면역력이 왕성해서
이 쓰디쓴 슬픔의 잔을 비울 수도 있을 것을
푸른 옷을 입고
당당히 활보하던 젊음의 시간들이여
희망은 그 얼마나 으리으리했더냐
내 작은 새가슴에도
사랑 외엔 아무것도 담겨지질 않았는데
산다는 것이 왜 이리 결사적이어야 하는지
하잘것없음을 향해
허리를 굽실대는 치졸함이여
마디마디 하얗게 얼어붙는 겨울
저쪽 세상은 추위에 얼어붙고
이쪽 세상엔 영혼의 난로가 절실하다
詩/박해옥
'생을 그리는 작업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 날 있다 (0) | 2007.08.10 |
---|---|
詩人의 비 (0) | 2007.08.02 |
생명의 書 (0) | 2007.07.11 |
나는 그대의 벽을 핥는다 (0) | 2007.07.04 |
나이 (0) | 2007.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