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

빙점

무디따 2007. 7. 25. 22:06


 

빙하를 품은
격랑의 바다가 내 안에 산다
슬픔이 치밀 때나 분이 들끓을 때면
치마를 훌러덩 뒤집어 쓴 내 눈물이
풍덩풍덩 그 바다에 빠져죽는다

어둠의 세력들만 판을 치는 이 길
뾰족한 연장을 가슴에 품고
악당에게 쫓기듯 헐떡이며
그 뭣이든, 누구든 해칠 것처럼
두 눈에 불을 켜고 걸은 길이   얼마인가

아, 이 역겨운 삶의 냄새

조금만, 조금만 더 무지렁이로 살았던들
가난이 주는 모멸에 면역력이 왕성해서
이 쓰디쓴 슬픔의 잔을 비울 수도 있을 것을
푸른 옷을 입고
당당히 활보하던 젊음의 시간들이여
희망은 그 얼마나 으리으리했더냐

내 작은 새가슴에도
사랑 외엔 아무것도 담겨지질 않았는데
산다는 것이 왜 이리  결사적이어야 하는지
하잘것없음을 향해
허리를 굽실대는 치졸함이여
마디마디 하얗게 얼어붙는 겨울
저쪽 세상은 추위에 얼어붙고
이쪽 세상엔 영혼의 난로가 절실하다

 

詩/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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