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on canvas 53.0 x 45.5
아무런 색깔이 없다
성깔도 없고 인격도 없다
있는것은 오로지 텅텅 빈 것뿐이다
어느 때는 우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느 때는 숫자 영(0)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오장육부를 긁어내는 고통 후에 한 마리 벌레가
꾸역꾸역 전신을 마비시킨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언어를 토하며 죽음을 부르는 사자처럼
시뻘건 눈을 번득이며 고샅고샅 뒤진다
텅 빈 심연
쓸쓸한 빈터
일찍이 주인의 체온이 사라진 빈 집
허한 것은 무와 같다
허는 무다
허무는 보잘 것 없는 존재다
허무는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소리만 요란한 가죽피리 소리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무것도 없는 것 같으면서 어떤 것이 있는 것도 같은 것이 허무다
허무는 허무맹랑하다
허무를 허물 자(者) 그 누구인가
詩/반기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