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먹
사내는 요즘 혼자 노는 방법에 몰두해 있다
길게는 수십여년을 조악하게
홀로 살아야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운이좋아 방법을 채 익히기도 전에 명줄을 놓을지도 모르지만
만약을 위해서 부단히 홀로사는 법을 연구하는 중이다
몇날은 굶어도 보고
몇날은 핸드폰 밧데리를 빼 놓은채 지내보기도 하고
산속을 홀로 헤메 보기도 하고
먹는 풀을 구분하여 눈에 익혀 두기도 한다
몇날은 두문불출 외부와의 단절 상태로 지내기도 한다
사내가 구겨지기 시작한 것은
어느날 부턴가 말을 잃어버리고나서 부터 였다
실어증...할 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머리속은 온통 하얗고
주위 사람들마져 갑짜기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날부터 사내는 어쩔수없이 몸속의 그림자와 산다
거리가 한산하게 비어있고
공원 벤치에는 매일 비가 내렸다
천둥이 울고 번개가 쳤다
집들이 허물어져 내렸다
바다에는 산같은 파도만 일렁였다
사내의 세상은 어둡고 무서웠다
사내는 요즘 혼자서도 잘 논다
텅빈 거리를 걷고
비오는 공원에도 간다
천둥 번개가 쳐도 신경 안 쓴다
사는게 지옥 같아도 상관없다
그의 곁에 아무도 없는것이 차라리 홀가분 했다
사내는 지금
꾸지 말아야 할 꿈을 꾸고 있는 중이다......
詩 김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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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모델이 오는 줄 알고 시를 준비했는데 남자 모델이 오는 바람에
갑작스레 기억에 남은 한 귀절 떠올려 작업 했는데...
원작을 찾아보니 남자가 아니고 사내였네... 헐~!
귀한 시를 사용하게 허해 주시는 김낙필시인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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