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on canvas 53.0 x 45.5
전생을 건너
이른아침 잠에서 깨면
이승의 삶은 아련하고 낯설다
간밤 쏟아져 내리던 별빛과
막막한 사막 가운데 서있던
대추야자 그늘이 못내그리워져
꿈에서 깬것이 허무하고
허전 하기만 하다
베개맡으로
쓸쓸한 계절들이 묻어나고
밤새 방황하던 흔적들이
이불깃에 아리게 서려 있어서
차마 일어나지 못하고
죽은듯 숨죽여 있기도 한다
긴 생을 걸어와
마지막 닿은 마을에 짐을 풀어 놓듯이
만갖 상념들을 내려놓고
멍하니 천정에 시선 하나를 그려 넣는다
무엇을 위해 살아나야 하는지
그냥 움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구도자처럼
생의 윤회는 절절하기만 한데
신에게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가슴이 아려오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차라리 통증이였다
사람들의 아침은 모두 이러할까...
문뜩
하늘 호수로 떠난 어느 수행자가
내내 울고 다녔다던 황량한 풍경앞에
서고 싶다
'갠지스'강가에서
그 '구다리바바'를 만나고 싶다...
詩 김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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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리는 걸로
아마 지구행성이지 싶다.
핸드폰을 집어서 시간을 확인한다.
6시35분
아직 일어나려면 한참 멀었는데
어쩌다가 황당한 꿈속에서 튕겨져 나왔을까
그와 나는 오다가다 만났다
보는 순간 친밀했던 어느 시공간이 연상되어
나의 처소로 위리안치하고 말았다.
허름한 저녁식탁에서 막걸리를 나누고
싱거운 우스갯소리를 주고받고
때로는 사소한 말꼬리를 잡아 언성을 높이다가
이내 나둥그러져 펑펑 울기도 했고...
어제는 다시 살갑게 어깨에 팔을 두르고 눈을 맞추기도 하고
작별 인사로 이름을 적어주고 새벽 2시가 넘어서 헤어졌던가
꿈에서 다시 만난 곳은
발부리에 채인 강아지처럼 이부자리가 웅크리고 있고
구식 옷장에는 유행지난 화려한 의상들이 차곡하게 걸린 방
빈 맥주병 하나 소주병 하나가 멀뚱거린다.
그가 벌떡 일어서며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알고 있다고
함께 가서 양주나 한 잔 할 거냐고 묻더니
주간다방 야간싸롱의 입간판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선글라스를 벗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잡아채듯 내 손을 움켜쥔 그가 건물 안으로 삽입된다.
뒤통수 너머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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