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크로키/한지에 먹
너의 돌아누운 등을보면
슬프다.
야윈 어깨속으로 날개는 숨고
긴생을 짐지고 돌아온
지친 나귀등처럼
고단한 때가 눈물겹게 묻어있다.
네가 돌아누워 있어도
내가 돌아누워 있을때에도
뜰밖으로 내리는 눈소리는
무정하게 들려오고
돌아선 너의 잠든등을 바라보면
나는 한정없이 까맣게 가라앉는다.
저 깊은 무저갱 나락으로
내 앞만보고 살았으니
새처럼 빈약한 내 등판을
너는 본적이 있으리
날개를 꺽고
파드득거리는 어깨로
긴날을 기어 다니더라도
이별의 순간만은
등을 보이지 않으리라.
등을보며 사는일이 힘에겨워서
뒤돌아보면
언제나 네자리는 비어있다.
황망한 들녘처럼
비어버린 네가 미워서라기보다
왠지 그냥 서럽다.
돌아누운 너의 야윈등판을 보면
그렇게 그냥 슬프다.
길 떠나는날
눈은 왜 이렇게 내리는지...
詩 김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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