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 문턱에서
다리를 절며 세월에 묻혀가던 날
지나가던 바람을 만났다.
그냥 스쳐가는 바람인 줄 알았다.
그 바람에 깨물린 자리가 덧나고 번져서
지금 죽을병이 되어버렸다.
이때쯤 되면
여지없이 죽을 듯 아파져서
정신도 내려놓고 무작정 산다.
고쳐보려고 애를 끓이고
별별짓꺼리 다 해봐도 영영
약이 없다.
이제 나는 그 바람곁에서
그 바람과 함께 걸어가고있다.
물린 자리를 고치려는
우매한 짓은 하지 않는다.
느끼는 아픔 그대로
죽지 않을만큼 그 정도로
살아내려 하고있다.
아린 가을날에
쓰디쓴 상처로 다리절며
단풍나무 목발을 짚고 간다.
묻지마라.
그해 가을 문턱이
얼마나 시렸는지는...
그해 가을 / 김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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