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농활, 비박, 맛보기

무디따 2010. 7. 13. 17:25

 

 

 

 

 

 

 

 

 

 

 

 

 

 

 

 

 

 

 

 

 

 

 

 

 

 

 

 

 

 

 

 

 

여기 겨우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쑥국 먹고 체해 죽은 귀신 울음의 쑥국새,

농약을 이기면서 물 위를 걸어가는 소금쟁이,

주인을 들에 방목하고 저 홀로 늙어나는 흑염소,

사향 냄새로 들풀을 물들이며 날아오는 사향제비나비,

빈 돼지우리 옆에 피어난 달개비꽃,

삶의 얇은 물결 위에 아슬아슬 떠 있는 것들,

그들이 그렇게 겨우 존재할 때까지, 난 뭘 했을까

바람이 멎을 때 감기는 눈과 비 맞은 사철나무의 중얼거림,

수염 난 옥수수의 너털웃음을 그들은 만졌을지 모른다

겨우 존재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달개비꽃 진저리치며 달빛을 털 때 열리는 티끌 우주의 문,

그 입구는 너무도 투명하여 난 겨우 바라만 볼 뿐이다

아, 겨우 존재하는 슬픔,

보이지 않는 그 목숨들의 건반을 딩동딩동 두드릴 수만 있다면!

난 그들을 경배한다

 

 

겨우 존재하는 것들/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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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얇은 물결 위에 아슬아슬 떠 있는 것들,

그들이 그렇게 겨우 존재할 때까지, 난 뭘 했을까

겨우 존재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달개비꽃 진저리치며 달빛을 털 때 열리는 티끌 우주의 문,

그 입구는 너무도 투명하여 난 겨우 바라만 볼 뿐이다

아, 겨우 존재하는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