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6월 기집애 /나태주

무디따 2010. 6. 1. 17:42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 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 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

우리도 양달개비 파란 꽃 되어

두 손을 마주 잡자꾸나

다시는 나뉘어지지 말자꾸나

.

.

.

.

.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 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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