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도 모를 무덤가에 홀로 앉아서
저홀로 피었다 저홀로 사라져갈
무심한 푸새것의 꽃 하나를 바라봅니다.
한눈팔듯 한눈팔듯 무심히 바라봅니다.
어디선가 한 줄기 쪽빛 바람이 불고
문득 제풀에 떨어지는 꽃잎 하나가
허리 굽은 목숨의 등성잇길로 등성잇길로
내 가슴 깊은 골에 십리허十里虛를 놓고 갑니다.
터무니없는 소무처럼 놀이 번지고
가는귀 먹은 듯이 밤이 밀리면
우리 모두 풀꽃처럼 시들은 얼굴을 하고
제자리걸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덧없이 잣아드는 햇발 아래
내 목숨 첫머리에 앉혀놓고 떠난 그대여,
지금은 짝귀 달린 제비꽃도 잠이 들 시간
장명등에 떼밀리는 어둠 속으로
푸새것의 꽃 하나가 꿈결같이 떠나갑니다.
그대가 무심히 떨구고 간 철없는 봄날의
잃어버린 초록의 손수건처럼 손수건처럼.
.
.
.
.
'여행자를 위한 서시 > Healing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소비된다 /최종천 (0) | 2010.06.17 |
---|---|
6월 기집애 /나태주 (0) | 2010.06.01 |
시간의 운행 /오마르 하이얌 (0) | 2010.05.20 |
서벽 / 이형권 (0) | 2010.05.16 |
그대 /정두리 (0) | 2010.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