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철없는 봄 /박정만

무디따 2010. 5. 24. 01:45

 

 

 

 

 

 

뉘도 모를 무덤가에 홀로 앉아서
저홀로 피었다 저홀로 사라져갈
무심한 푸새것의 꽃 하나를 바라봅니다.
한눈팔듯 한눈팔듯 무심히 바라봅니다.

어디선가 한 줄기 쪽빛 바람이 불고
문득 제풀에 떨어지는 꽃잎 하나가
허리 굽은 목숨의 등성잇길로 등성잇길로
내 가슴 깊은 골에 십리허十里虛를 놓고 갑니다.

터무니없는 소무처럼 놀이 번지고
가는귀 먹은 듯이 밤이 밀리면
우리 모두 풀꽃처럼 시들은 얼굴을 하고
제자리걸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덧없이 잣아드는 햇발 아래
내 목숨 첫머리에 앉혀놓고 떠난 그대여,
지금은 짝귀 달린 제비꽃도 잠이 들 시간
장명등에 떼밀리는 어둠 속으로
푸새것의 꽃 하나가 꿈결같이 떠나갑니다.

그대가 무심히 떨구고 간 철없는 봄날의
잃어버린 초록의 손수건처럼 손수건처럼.

.

.

.

.

.

 

덧없이 잣아드는 햇발 아래
내 목숨 첫머리에 앉혀놓고 떠난 그대여,
그대가 무심히 떨구고 간 철없는 봄날의
 손수건처럼 손수건처럼

덕수궁 돌담길에 노란 풍선만 대롱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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