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크로키/화선지에 먹
사랑이여, 슬픈 일만 내게 있어다오.
바람도 조금 불고
하얀 대추꽃도 맘대로 떨어져서
이제는 그리운 꽃바람으로 定處를 정해다오
세상에 무슨 수로
열매도 맺고 저승꽃으로 어우러져
서러운 한 세상을 건너다 볼 것인가.
오기로 살지 말자.
봄이 오면 봄이 오는 대로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는 대로
새 울고 꽃 피는 역사도 보고
한 겨울 新雪이 내리는 골목길도 보자.
참으로 두려웠다.
육신이 없는 마음으로 하늘도 보며
그 하늘을 믿었기로 山川도 보며
산빛깔 하나로 大國도 보았다.
빌어먹을, 꿈은 아직 살아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역에 자고
그 꿈자리마다 잠만 곤하여
녹두꽃으로 세월만 다 저물어 갔다.
사랑이여, 정작 슬픈 일만 내게 있어다오.
詩 박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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