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12월의 기도

무디따 2009. 12. 19. 01:12

 

5분 크로키/옥당지에 먹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재 얼굴에 책임 질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시/목필균

'생을 그리는 작업실 > Nude Croqu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길  (0) 2010.01.16
나는 아직도   (0) 2010.01.09
우울한 날의 사랑  (0) 2009.12.05
민박  (0) 2009.11.28
겨울 연가  (0) 2009.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