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면
우거진 나무와 풀의
후덥지근한 냄새
혼령도 눈도 코도 없는 것의
흙 냄새까지도 서린
아, 여기다, 하고 눕고 싶은
목숨의 골짜기 냄새
한동안을 거기서
내 몸을 쉬다가 오면
쉬던 그때는 없던 내 정신이
비로소 풀빛을 띠면서
나뭇잎 반짝어림을 띠면서
내 몸 전체에서
정신의 그릇을 넘는
후덥지근한 냄새를 내게 한다
산에 가면/ 박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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