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는 모두가 집을 비운다.
잠 못들고 강물이 뜨락까지 밀려와
해바라기 마른 대궁을 흔들고 있다.
밤 닭이 길게 울고
턱수염이 자라고 기침을 한다.
끊임없이 이 세상 꽃들이 모두 지거든
엽서라도 한 장 보내라던 그대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서
지금 쓸려가는 가랑잎 소리나 듣고 살자.
나는 수첩에서 그대 주소 한 줄을 지운다.
입동 / 詩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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