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씨앗을 받으며 묶었던 머리카락 풀어 빗질하는 저녁 바람에 취한 시간의 비늘들이 말라가는데 그리 살지지 않았던 꽃밭 독을 숨겼거나 약을 숨겼거나 잡고 싶었던 손 놓쳐도 그뿐 어차피 모두 지고 말 뿐인데 누가 부러뜨렸을까 늙은 꽃대 어루만지며 충혈된 눈 비벼봐도 찾을 수 없는 서글픈 성감대 병든 개가 제 발을 하염없이 핥듯 제 상처 외에는 아무것도 아프지 않았었지 그래서 씨앗들은 이승을 훌훌 떠나 보는 것일까 깡마른 손으로 머리핀을 꽂고 나는 왜 꽃밭을 떠나지 못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