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 출구
보도블록 위에 납작한 민들레 옆
색소폰이 눈물을 쥐어짜고
지폐 몇 장 상자에서 헐떡인다
모자와 마스크 속으로 숨긴 얼굴
살려주세요
월세가 많이 밀렸어요
아무렇게나 쓴 글씨가 옆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
땅거미 흘러내리고
거친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매달고
흐릿흐릿 환승하는 사람들
햇반 뭉치 옆구리에 끼고 편의점을 나서면
보도블록 위로
무단 투기한 미래가 발길에 채인다
피고 싶어서 피던가
납작한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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