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브루노 바레토
출연/미란다 오토, 글로리아 피레스
-엘리자베스 비숍의 연인 / 김백겸-
「엘리자베스 비숍의 연인」의 원 제목은 「reach for the moon」
「달을 향해 손 뻗기」라고 직역해야 하나 「불가능을 꿈꾸기」라고 의역해야 하나
은유가 부담스런 배급사는 레스비언 시인의 부자건축가 브라질 연인을 직접 지칭했구나
플리처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유명시인이 된 엘리자베스 비숍을 연기한
미란다 오토의 섬세한 모습과 강렬한 남자성향의 글로리아 피레스의 정열을 대비한 영화
사랑에 눈먼 부자 애인도 둘만 하네
부서질 듯 가냘픈 정신의 시인 애인을 위해 집필별장을 지어주고 온갖 재정지원을 하니까
자본시대의 시인성공에는 물질도 중요하다지
서로 세컨드를 두는 바람기도 줄거리의 복선,
시인이 아닌 부자건축가 애인이 사랑에 절망해서 자살하는 영화
레즈비언 버지니아 울프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던가
여자 시인하고 결혼안하기를 잘했지
불안한 정신의 비약과 감정의 고조가 멋진 비유와 독창 상징을 만들어내지만
현실생활까지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배경시 「한가지 기술」은 훌륭한 시라는 생각이 드네
영화 관객들에게는 한 때의 경구로
인생 관객들에게는 두고 두고 아픈 상처로.
엘리자베스 비숍(1911-1979)은 미국 메사추세츠 주 출신의 시인이다.
성공한 건축가였던 아버지는 그녀가 한 살도 되기 전에 죽고,
병약한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정신 질환을 앓다가
다섯 살의 비숍을 남겨 두고 영구적으로 정신병원에 격리되었다.
비숍이 스물세 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사망하기까지 모녀간의 만남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고아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외조부모, 친조부모,
그리고 고모의 집을 오가며 고독하고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 시절 만난 연인은 비숍이 청혼을 거절하자 자살했다.
이후 그녀는 천식과 알콜 중독, 우울증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했으나 청중 앞에서 공연하는 것이 싫어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대학을 졸업 무렵 물려받은 아버지의 유산 덕분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모로코 등지를 여행했으며
탐미주의자 건축가인 동성 연인 로타 소아레스과 함께 브라질에서 15년 간 거주했다.
이 시기에 생애 최초로 안정감과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소아레스의 갑작스런 자살 후 보스턴으로 이주한 비숍은 하버드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알콜 중독과 우울증으로 고통받다가 생을 마쳤다.
이러한 거듭된 상실의 경험이 그녀의 대표시 <한 가지 기술>에 녹아 있다.
이 시가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녀의 삶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상실의 기술을 익히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그 삶은 얼마나 아팠겠는가
- 중간생략
평론가들은 이 시 <한 가지 기술>을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시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무서울 정도의 완벽주의자였던 비숍은
평생 101편의 시밖에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늦게 주목받았다.
에밀리 디킨슨 같은 독자적 영역을 가진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철저한 자아 탐구에서 시작해 인간의 보편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소유하고 경험하고 연결되기 위해 태어나지만 생을 마치는 날까지
하나씩 그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이 삶의 역설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해 아파하되 그 상실을 껴안는 것을 에머슨은 '가장 아름다운 필연'이라고 불렀다.
상실은 가장 큰 인생 수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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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기술 / 엘리자베스 비숍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많은 것들이 본래부터 상실될 의도로 채워진 듯하니
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은 아니다.
날마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라. 문 열쇠를 잃은 후의
당혹감, 무의미하게 허비한 시간들을 받아들이라.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더 많이 잃고, 더 빨리 잃는 연습을 하라.
장소들, 이름들, 여행하려고 했던 곳들을
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이 오지는 않는다.
나는 어머니의 시계를 잃어버렸다.그리고 보라! 내가 좋아했던
세 집 중 마지막 집, 아니 마지막에서 두 번째 집도 잃었다.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두 도시도 잃었다, 멋진 도시들을.그리고 내가 소유했던
더 광대한 영토, 두 강과 하나의 대륙을 잃었다.
그것들이 그립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앙은 아니었다.
당신을 잃는 것조차 (그 농담 섞인 목소리와
내가 좋아하는 몸짓을), 나는 솔직히 말해야 하리라,분명
상실의 기술을 익히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그것이 당장은 재앙처럼(`그렇게 쓰라'!) 보일지라도.
류시화 번역
한 줄 영화평/ 줄 수만 있다면,별을 더 많이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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