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Cinema Paradiso

신과함께-죄와 벌 (2017)

무디따 2018. 3. 1. 20:51



드라마 한국 2017.12.20 개봉 139분, 12세이상관람가 
 (감독) 김용화 
(주연)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마동석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죄와 벌'에는 볼거리와 눈물이라는 두 가지 무기가 있다. 극중 등장하는 다양한 지옥의 풍경들은 매우 흥미롭다. 불 물 돌 얼음 거울 등의 재료를 구사해 진기하게 빚어냈다. 모래로 형상화된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을 그려낸 방식이 시선을 사로잡고, 원귀가 된 인물을 표현한 특수분장도 좋다.


하지만 시각효과에서조차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상상력일 것이다. 이 영화의 볼거리들은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한 채 마냥 구경하게만 한다. 7개 지옥의 모습이 대부분 까마득히 먼 익스트림 롱쇼트에 담겨 전체적 설정과 맥락만을 제시하는데 그친다. 이미 '천국보다 아름다운' 같은 작품이 나온 게 지금보다 CG기술이 한참 부족했던 20여년 전이 아닌가.

출처 : 이미지=영화<신과 함께> 
 

이 영화는 (가족 드라마가 어쨌든 힘을 발휘하는 후반에 이르기 전까지 특히) 방향이나 분위기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허둥댄다. 현실 세계와 사후 세계는 반복되는 디졸브(두 장면이 부분적으로 겹치도록 연결하는 장면전환법)와 플래시백에도 불구하고 따로 노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중이 큰 법정장면들은 법리나 논거로 치열하게 맞붙는 대목 하나 없이 조악하게 나열되어 시간을 낭비한다.


감독이 선택했을 배우들의 연기 톤 역시 이물감이 가득해서, 영화 혼자 계속 낄낄대는 것처럼 여겨진다. 특히 심각한 것은 대사인데, "니네 땜에 늙는다 늙어"라는 아역 배우의 말처럼 거의 통하지 않는 유머가 줄을 잇는가 하면, "이제 다시는 지나간 슬픔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처럼 거북한 문어체 대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김동욱은 눈길을 끌며 활약했고, 하정우는 영화에 최소한의 안정감을 부여했으며, 이정재는 카메오로서 제몫을 해냈다. 그러나 이렇게 디테일이 좋지 못하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영화에서 배우들이 빛을 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출처 : 이미지=영화<신과 함께> 
 

그리고 눈물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영화는 확실히 울린다. 하지만 그것은 만든 이들의 능숙한 드라마 작법이나 연출력 때문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보면 거의 본능적으로 이입하고 마는 우리 뇌의 공감능력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은 김치를 손으로 찢어주는 어머니 손길로 담아내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은 거리에서 술병째 병나발을 불며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찍어낸다.


자신의 책임이 아닌 억울한 상황 때문에 고통받는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거나, 선한 자의 악행을 하나씩 다뤄나가도록 스토리라인을 신선하게 설정하고도, 이 영화의 공업적인 최루법은 결국 어머니의 그 크신 사랑만을 돌림노래로 부른다. 더구나 그 모성으로부터 목소리조차 빼앗아

내내 당하기만 하는 존재로 박제화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글쓴이 : 이동진 영화평론가





한 줄 영화평 ; 소문난 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