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 속에서
김명옥
자동항법대로 날던 시간이
한 쪽 날개가 부러지던 날
타다 남은 블랙박스 꿰어맞추면
옹이 뿐인 이승의 걸음 걸음들
허물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만
순간만이 진실인 사랑이여
안녕
흔들린 사진처럼 희미한 약속이여
안녕
투병 중인 시간이여
안녕히
무딘 칼로
지난 온 길 잘라내고
푸른 달의 계곡으로 건너가려네
.
.
.
12월, 그 황홀한 몰락
김명옥
인연의 변주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흐르는데
기도하기에도 부끄러운 한 해가 눈물 속으로 기어든다.
화류의 유전자는 오래 전 병석에 누웠고
뜨겁게 달아 오른 입김만 진저리 친다
열두 달 동안 다비된 뼈들만 달그락 거리는
다시 12월,
권태와 광기의 시이소오에 걸터앉아
우주의 비극을 탐닉하며 황홀한 몰락을 꿈꾼다
영혼불멸의 두려움조차 잊은 채
이승의
또
한 모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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