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17년 《창작21 》겨울호 「홀로그램 속에서 」외 1편 김명옥

무디따 2017. 12. 19. 15:10









홀로그램 속에서

 

김명옥

 

 

  자동항법대로 날던 시간이
한 쪽 날개가 부러지던 날 
타다 남은 블랙박스 꿰어맞추면
옹이 뿐인 이승의 걸음 걸음들
허물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만


순간만이 진실인 사랑이여
안녕

흔들린 사진처럼 희미한 약속이여
안녕

투병 중인 시간이여
안녕히


무딘 칼로
지난 온 길 잘라내고
푸른 달의 계곡으로 건너가려네

.

.

.





12, 그 황홀한 몰락

 

 

김명옥

 

 

인연의 변주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흐르는데

기도하기에도 부끄러운 한 해가 눈물 속으로 기어든다.

화류의 유전자는 오래 전 병석에 누웠고

뜨겁게 달아 오른 입김만 진저리 친다

열두 달 동안 다비된 뼈들만 달그락 거리는

다시 12,

권태와 광기의 시이소오에 걸터앉아

우주의 비극을 탐닉하며 황홀한 몰락을 꿈꾼다

영혼불멸의 두려움조차 잊은 채

이승의

한 모퉁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