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caricature

길상호 시인

무디따 2017. 12. 6. 20:08







물의 집을 허물 때


길상호

 


몇 개 상처를 정강이에 새기며
오래오래 걸은 후에야
집 하나 겨우 얻었습니다
발바닥 굳은살 속에 동그랗게 자리 잡은
아픈 물방울의 집 한 채,
지문 훤히 비치는 문을 열고
거기 뜨거운 방 안으로
물고기 한 마리 들이고 싶었습니다
상한 지느러미로 물살 가르다
금방 물 위로 떠오를 것 같은
불안한, 너의 생을 눕혀 놓고서
살살 다독이고 싶었습니다
상처는 상처로 치유될 것 같아
닫힌 자물쇠 바늘로 열면
허나 주루룩 눈물 흘러내리는 집,
한순간에 꺼져버린 그 집을
오늘도 혼자 맴돌다 나왔습니다






인사동 '귀천'에서 좌측부터 이담현 시인 김밝은 시인 길상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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